TEAM BLOG

2016년 고창 챔피언전 마지막날. 공중 충돌

Advance | 2016.05.17 | 조회 5418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이 글을 공유합니다 .


 

2016년 고창 챔피언전 마지막날. 공중 충돌


 

하동 형제봉 타스크 49.6km


스타트 5분을 남겨놓고 약한 상승지역으로 이동했다 

다른 글라이더를 따라 느슨한 회전 한 바퀴를하는 순간 GPS 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 스타트로 갈 시간이 됐다는 알림이다 . 

스타트 시간 3 분정도를 남기고 첫 번째 턴 포인트로 출발했다 앞서서 속도를 내고 가는 박영종 선수를 주시했다

나도 속도를 낼까 망설였지만 주변에 기체들이 많아 풋바를 밟지 않고 직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왼쪽에서 기체가 덮쳤다. 경고의 고함을 지를 시간도 없었다.  

소리와 함께 상대의 캐노피에 온몸이 싸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 . 급하게 캐노피를 헤집었다 . 

낙하산을 던져야 살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

 


시야가 트이는 순간, 오른쪽 낙하산 손잡이를 힘껏 당기고 던졌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휩쓸리는 바람에 낙하산이 펴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캐노피는 펄럭거렸고 시야가 트였다 안 트였다 반복했다  

그러던 중 , 어깨를 당기는 느낌과 함께 몸이 새워져 있었다 .



! 낙하산이 펴졌구나 .

 

곧바로 발밑에 시야가 확보되었다. 발밑에는 나를 덮친 선수가 내게 매달려 있었다. 

난 마구 고함을 질렀다 .

 


1.jpg



- 낙하산 던져! 낙하산!

- 던졌는데 끊어져 날아갔어요!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에 차고 있던 낙하산이 떠올랐다

낙하산 손잡이는 왼쪽에 있었다 . 하지만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왼팔과 어깨가 캐노피와 라이저에 묶여 있었다  

남아있는 오른손으로 힘겹게 손잡이를 잡아 던졌다 .


어라 ? 산개가 되지 않는다 .


 

낙하산 라이저를 잡아당겨 펌핑을 했다. 그래도 펴지지 않았다. 낙하산 산줄을 잡아당겨서 뭉치를 흔들었다

낙하산에 바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연을 날리듯 산줄을 풀었다 다행히 낙하산에 공기압이 차면서 산개가 되었다 .

그렇지만 진자운동으로 인해 흔들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진자운동에 영향을 주는 글라이더를 실속시킬 요량으로 오른팔을 쭉 뻗어서  캐노피가 살아있는 쪽의 브레이크 라인을 당겼다  


글라이더는 실속이 걸리는가 싶더니 어떤 힘에 의해 살아나고 , 다시금 진자운동과 회전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산줄을 당겼다 . 그렇지만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2.jpg




그러고 있는 사이 고도가 낮아졌다 . 하필 낙하하고 있는 곳에 도로가 보였다 . 

추락하는 속도는 빠르고 진자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에 떨어지면 충격이 심할 것 같았다  

도로가 보이는 지점과 나무가 있는 지점을 왕복하면서 떨어지고 있었다 .


나는 간절했다 제발 나무에 걸려라 ..... 팔에 충격이 왔다 .



그리곤 걸렸다.



4.jpg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려 공중에 매달리게 되었다 . 밑에 있는 사람이 걱정되었다 .



-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 괜찮아요~ 지금 하네스를 풀고 있어요. 괜찮습니까?

- , 괜찮아요. 그런데 팔이 끼여 있어서 문제가 있어요. 좀 도와주세요.



나무로 올라온 그는 공중에 매달린 나를 나무 가까이로 당겼다 그런데 하네스가 풀리지 않았다

모든 줄이 장력을 유지한 채 한데 엉켜있어 도저히 풀리지가 않았다 . 더 안 좋은 것은 그 사이에 낀 팔이 문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는 통하지 않고 팔의 감각은 사라져갔다 . 이러다 팔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

 

그렇게 낑낑거리고 있는데 차 소리가 들렸다. 진성이었다 

즉시 나무를 타고 올라 왔지만 진전이 없었다 . 조금 뒤 정찬마님도 도착해서 도움을 주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속이 탔다 .



- 도와주세요 . 팔이 끼여서 죽을 것 같아요

 


차를 세우고 구경하던 나물 캐는 아저씨들도 도와달라는 고함에 구조대로 합류하였다.

계속 밧줄을 던지다 되지 않아서 진성이가 나무를 탔다 . 나무 가지에 밧줄을 걸고 하네스 다리끈에 비너를 걸었다

그리고 산나물 (?) 아저씨 세 명이 밧줄을 당겼다 . 

그제서야 나는 나뭇가지에 다리를 걸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왼쪽에 끼여 있는 팔은 뺄 수 없었다 .

 


이제는 칼로 자르는 수밖에 없었다

어깨에 있던 칼을 꺼내 글라이더 라이저와 낙하산 라이저를 하나씩 끊고 팔을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금 뒤 가까스로 팔은 꺼낼 수 있었으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진성이가 팔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팔은 움직이고 감각이 돌아왔다.

진성의 보살핌과 산나물 아저씨들의 밧줄내림 정찬마님의 구조감독으로 나는 무사히 땅에 착륙 (?) 했다 .

 



한참을 앉아있었다  


낙하산 두 개를 착용하지 않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가슴에 있는 낙하산을 펴지 않았으면 불시착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리고 추락할 때까지 내 몸에 엉킨 상대의 글라이더가 풀리지 않아 몸은 고통이었지만 상대방에겐 생명줄 역할을 했다

천만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안정을 취하니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거 같아 장비 회수를 거들었다 .

 


평사리 착륙장에는 골 입성 선수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골 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나는 뒤엉켜있는 있는 장비를 정리했다  

낙하산 두 개와 글라이더 캐노피는 찢어지고 산줄이 여러 가닥 끊겼다 하네스도 산줄에 잘린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

더욱이 몸에는 산줄이 지나가면서 낸 자국들이 여러 군데 있었다. 피복 없는 산줄의 위험성이었다 .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대 선수는 회전을 하면서 상하 옆을 보지 않고 회전을 한 듯 했다

직진하는 나도 경계를 느슨하게 한 부분이 있어 누구를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이와는 별개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여러 동료들과 지도자에게 일관된 지적을 자주 받는 선수는 ( 일반 비행자도 포함 ) 부족한 부분과 실수에 대해 적합한 교육을 받고

이를 반드시 시정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 회전을 할 때는 언제나 시선이 먼저가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 이것은 기본이고 철칙이다 .)  지적과 주의만으로는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사고를 통해 깨달았다 .

 


아무튼 25년만에 낙하산 라이저가 산줄에 잘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것은 지금까지 듣지도 상상도 못한 일이다


혼자서 비상낙하산을 폈다면 글라이더 산줄의 장력이 약해 낙하산 라이저를 싹둑 자르지 못했을 것이다 .

이번의 경우, 상대 선수의 캐노피가 나를 보쌈하고 있었고 그 선수의 무게 때문에 주 글라이더 산줄의 장력이 상당히 컸다

그로인해 엉켜있던 낙하산 라이저와 글라이더 산줄이 마찰을 일으키며 절단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의 인사>


비록 공중 충돌했지만 다치지 않은 박상일님께 고맙습니다 . 

구조를 위해 힘쓴 전진성 , 정찬마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행을 마치고 염려해주신 분들과 안부전화 해주신 분들 .., 

구경하다 구조에 휘말린 (?) 산나물 아저씨들 모두 고맙습니다 .

 


사실 이번에 1등을 하면 챔피언전에는 그만 나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으니 내년에 또 나오게 생겼네요 ~^^

 


지친 몸과 마음은 고향에서 며칠 쉬면서 어느 정도 회복하였습니다 

빗소리 들리는 아침에 엄니와 함께하는 밥상이 좋았습니다 . 칠순이 넘은 엄니가 그동안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는데 ... 

외갓집 식구들이 어떻고 , 동생 며느리가 어떻게 효도를 하고 , 삼촌네 식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를 상세히 말씀하십니다


마무리는 항상 큰 아들 걱정입니다 .

 


- 아들~ 니는 언제 자리 잡고 살라카노......

- 어무이, 타고난 역마살 팔자가 어디 쉽게 정착이 되겠능교... 집에 있으면 화닥증이 나서 못살지~



 

* 지금은 단양 직장에 복귀했습니다.

 


덧붙임.

이번 충돌에서 보쌈이 된 저는 산줄과 캐노피에 온 몸이 엉켜 특히 왼팔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줄이나 라이저를 잘라내고 싶어도 오른쪽 어깨에 있는 칼을 혼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드는 생각이 어깨에 뿐만 아니라 계기판 근처에도 칼이 있다면 언제든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

 


그리고 낙하산이 잘 펴지지 않을 때의 대처방법 을 이번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낙하산이 산줄에 끊겨 날아가 버린 것을 알고,

 

1) 가슴에 있던 여분의 낙하산을 던졌습니다.

2) 하지만 낙하산과 몸이 떨어지는 속도가 비슷한 상태였기 때문에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습니다.

3) 그래서 낙하산 라이저를 잡고 끌어당기면서 펌핑을 했습니다.

4) 잘 펴지지 않자 다시 한 번 라이저, 산줄을 끌어당기고 낙하산 뭉치를 잡고 흔들었습니다.

그제서야 겨우 낙하산에 바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연 날리듯 날렸습니다.

5) 그리고 다시 라이저를 잡고 펌핑하니 낙하산에 공기압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6) 그 후 계속 낙하산을 주시하며 펌핑을 반복하니 낙하산이 펼쳐졌습니다.

 


평소 세이프티 교육을 하면서 강조해온 대목이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복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5.jpg





<사주경계철저>


도로의 교차로에서도 신호등이 있지만 사주경계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상승지역 회전을 하는 경우 , 먼저 회전을 하고 있거나 진행하는 방향에 기체가 있다면 속도를 늦추고 기다리거나 

잠깐 우회해서 시간차를 두고 회전반경에 진입해야 합니다 .



진행하는 방향에 기체가 있다면 그 기체가 비켜주겠지라는 생각보다 내가 먼저 우회하는 것이 상책이며교차지점에 우선순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거나 사주경계가 철저하지 못한 것은 평소의 습관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전과 교차지점에서 규칙을 따지기 이전에 사주경계와 양보가 먼저입니다

마찬가지로 사주경계와 양보도 평소의 습관에서 나옵니다 .



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좀 더 철저하고 나은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비상낙하산 점검 철저>


평소에 낙하산 점검에 신경을 쓰고, 특히 시합 때는 비상낙하산 2개를 착용하기 바랍니다 

또한 유사 시 산줄을 빠르게 자를 수 있도록 가슴 부위에 칼을 소지하기를 권장합니다 .




패러인 모두의 안전한 비행을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진오 올림



                                                                                                                         사진출처 : 파라포토님

twitter facebook google+
35개 (1/2페이지)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Advance님
4803
2015.05.12
Advance
702
2018.11.17
Advance
222
2018.10.26
Advance
590
2018.05.16
Advance
374
2018.04.05
Advance
397
2018.03.08
Advance
2015
2017.04.24
Advance
1983
2016.07.29
Advance
1127
2016.05.14
Advance
1839
2016.01.15
Advance
1380
2016.01.12
Advance
613
2015.11.27
Advance
1698
2015.11.27
Advance
5237
2015.09.24
Advance
2720
2015.08.20
Advance
1517
2015.08.11
Advance
2372
2015.07.15
Advance
2508
2015.07.10